친구랑 영화 보러 가기로 했을 때 사실 조금 망설였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라니, 두 시간 내내 우울하기만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 앉아서 보니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간간이 터지는 웃음, 그리고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면서,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일제강점기 3기, 가장 암울했던 시대의 저항영화의 배경은 1933년입니다. 일제강점기를 시대별로 나누면 1910년부터 1919년까지의 무단통치, 1920년대 문화통치, 그리고 1930년대 민족말살통치로 구분됩니다(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여기서 민..
솔직히 저는 어릴 적 신데렐라를 보면서 늘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왜 저렇게 당하기만 하지? 왜 왕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1998년 개봉한 '에버 애프터(Ever After)'를 보고 나서야 제 답답함이 해소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던 신데렐라 이야기를 16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마법 대신 현실적인 상황을, 수동적인 여주인공 대신 능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줍니다.현실적 각색 : 고전 동화와 실제 영화의 차이점일반적으로 신데렐라 하면 호박마차와 유리구두,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에버 애프터에는 마법이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 다니엘은 8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다가, 아버지의 ..
어렸을 때 만화로 보던 알라딘을 실사로 만난다는 소식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극장 의자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그 순간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화려한 아그라바의 거리와 완벽하게 재현된 캐릭터들, 그리고 귀에 착 감기는 OST까지. 제가 상상하던 모든 것이 스크린 위에서 펼쳐졌습니다.램프를 비비면 정말 소원이 이루어질까영화를 보면서 가장 환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시 알라딘이 램프를 문지르는 순간이었습니다. 먼지투성이 낡은 램프에서 파란 연기와 함께 지니가 나타나는 그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을 반짝였습니다. 지니(Genie)는 램프의 주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으로, 고대 아라비아 민담에서 유래한 캐릭터입니다. 쉽게 말해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인간의 소원을 실현해 주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던 일을 하고 크게 다쳤던 어린 시절이 있습니다. 저도 옥상에서 돌을 던지는 위험한 장난을 하다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달려와 저를 꼭 껴안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라이온킹의 심바를 보면서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무파사가 코끼리 무덤에서 심바를 구해낸 장면은 부모의 보호 본능(parental instinct)을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여기서 보호 본능이란 자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고 구하려는 생물학적·심리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심바는 그 보호막을 영원히 잃게 되고, 아버지 없이 성장해야 하는 고난의 길을 걷습니다.아버지 부재가 만든 심바의 상처무파사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스카의 치밀한 왕위 찬탈 계획에 의한 ..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이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학교에 갔을 때 제 친구들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거든요. 코, 눈, 심지어 두 군데를 한꺼번에 수술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성년자의 성형은 드물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하나도 안 아팠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형수술이 단순한 외모 변화가 아닌 자신감 치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바로 이런 현실을 600만 관객에게 보여준 작품입니다.성형수술과 자존감의 상관관계'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한나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지만 외모 때문에 무대 뒤에 숨어야 했던 인물입니다. 영화는 전신 성형(Full Bod..
학창 시절 친구를 몇 명이나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키순으로 자리를 배정받던 그날, 제 등을 두드리며 환하게 웃어주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써니는 2011년 개봉한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중년의 나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등학교 절친 춘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흩어진 '써니' 멤버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1980년대 학창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1980년대 추억 : 1980년대 학교 문화와 써니 그룹의 탄생영화는 1986년 서울의 한 여고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세벌 도에서 전학 온 나미는 첫날부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서울 강남 지역 학교들의 서열 문화입니..
"재벌 3세가 폭행 사건을 저질러도 결국 처벌받지 않는다?" 이런 질문에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 다니면서 목격한 하청업체 사장님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이 영화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과 재벌 3세 조태오의 대결을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실화 모티브와 현실의 간극베테랑은 2010년 최철원 전 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맷값이란 상대방을 폭행한 후 합의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금액을 의미하는데, 실제로는 폭력의 대가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뜻합니다(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류승완 감독은 이 사건..
한국 영화 최초로 저승세계를 CG로 구현한 '신과 함께'가 개봉 당시 1,44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저도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예고편만 보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웹툰 원작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화려한 볼거리와 아쉬운 이야기 전개가 공존하는 영화였습니다.한국 영화 CG 기술력의 새로운 지평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7개 지옥을 구현한 CG 기술이었습니다. 여기서 CG란 Computer Graphics의 약자로, 컴퓨터를 이용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시각효과 기술을 의미합니다. 제작진은 용암지옥, 빙하지옥, 모래지옥 등 각기 다른 물리 법칙을 가진 환경을 구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소화한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이병헌이 연기한 광해군과 광대 하선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그 순간 저는 영화가 아닌 실제 역사 속 두 인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시대 왕의 대역이라는 설정을 통해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백성을 위한 정치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묻는 작품입니다.완벽한 대역에서 시작된 이중생활광해군은 자신을 해치려는 신하들의 음모에 시달리며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여기서 대역(代役)이란 왕을 대신하여 위험한 상황을 대처하거나 공식 석상에 나서는 인물을 의미하는데, 조선시대에도 실제로 이런 제도가 존재했다는 기록..
36살 남자에게 22살 딸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는 이 질문을 보고 처음엔 웃음이 나왔지만, 곧바로 제 어린 시절 삼촌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엔 불편하고 귀찮기만 했던 그 시간이 지금 생각하면 가족이란 무엇인지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영화 '과속스캔들'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예상치 못한 가족의 등장, 그리고 현실의 무게라디오 DJ 남현수는 인기 아이돌 출신으로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중 자신의 방송에 미혼모 황정남의 사연이 소개됩니다. 정남은 22살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현수는 아버지에게 해주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밥이죠. 하루 세끼"라는 답을 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