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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공식포스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평생을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여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우리 부모 세대의 진짜 역사였습니다.

전쟁 속에서 시작된 덕수의 희생

1950년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이 진행되면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흥남철수작전이란 미군과 한국군이 중공군의 공격을 피해 약 10만 명의 피난민을 군함에 태워 남쪽으로 이동시킨 대규모 구출 작전을 의미합니다(출처: 국가보훈처). 덕수의 가족도 이 피난길에 올랐지만 혼란 속에서 막내 동생 막순 이를 잃게 됩니다.

동생을 찾아 나선 아버지는 덕수에게 "가족을 지켜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순간부터 어린 덕수는 가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제 어머니가 겪었던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부산 국제시장 꽃분이네 집에 정착한 덕수네 가족은 하루하루를 버티기에도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 어머니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하셨습니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오빠들과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일만 해야 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덕수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독일 광부에서 베트남 전쟁까지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덕수는 독일 광부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1960년대 파독 광부·간호사 프로그램은 외화 획득과 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추진된 정부 주도 사업이었습니다(출처: 한국산업인력공단). 쉽게 말해 당시 가난했던 한국 정부가 독일에 인력을 보내고 그들이 보낸 돈으로 경제 발전 자금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독일 탄광에서 덕수는 낮에는 석탄 잿더미 속에서 일했고 밤에는 가족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곳에서 간호사 영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광산 붕괴 사고로 죽을 뻔한 경험을 겪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덕수가 겪은 위험이 단순한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당시 파독 광부들이 실제로 겪었던 산업재해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비자 만료로 귀국한 덕수는 영자와 재회해 결혼했지만 돈이 없어 집에서 소박하게 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덕수는 다시 목숨을 건 선택을 합니다. 베트남 전쟁에 기술 인력으로 자원한 것입니다.

베트남전 참전 기술자들의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군사 시설 건설 및 보수 작업
  • 통신 설비 설치 및 유지보수
  • 도로와 교량 건설 지원

전쟁터에서 덕수는 총을 맞고 쓰러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제 생각에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올 꽃분이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끝나지 않은 기다림

1983년 여의도 광장에서 진행된 KBS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138일간 방송되며 총 10,189건의 상봉을 성사시켰습니다(출처: KBS한국방송). 이 프로그램은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에게 생방송을 통해 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생방송 형식이었던 이유는 당시 기술로는 녹화 분량을 저장할 용량이 부족했고, 실시간으로 방송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수도 그곳에서 아버지와 막순 이를 찾기 위해 나섰습니다. 전쟁의 상처로 무릎이 성하지 못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동생 막순이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아온 덕수에게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제 어머니도 성인이 된 후에도 삼촌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희생하며 사셨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아 삼촌들을 만나기 싫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어머니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덕수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 많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지만 끝까지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기다렸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약속이 남은 것입니다.

전쟁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죄책감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덕수의 삶은 보는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동생을 만나는 순간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가 슬픔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부모 세대가 겪었던 진짜 역사를 보는 것 같아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평범한 아버지들의 모습이 바로 덕수였고, 제 어머니였습니다.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셨던 어머니께 이제는 제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