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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공식 포스터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변해있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대림동에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살았는데, 몇 년 만에 다시 가보니 익숙했던 골목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중국 간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중앙시장도 예전에 자주 가던 맛집 자리에 중국 식당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낯선 풍경에 발길이 끊긴 그곳이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이 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습니다.

마석도 : 무자비한 범죄 조직과 동네 형사의 대결

영화는 조선족 밀집 지역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머리를 묶고 다니는 장첸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와 그의 일당은 기존 조직들을 잔혹하게 제압하며 세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여기서 '조직폭력배(조폭)'란 폭력을 수단으로 특정 지역이나 업종을 장악하려는 범죄 집단을 의미합니다.

한편 이 지역을 담당하는 강력계 형사 마석도는 '진실의 방'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다스립니다. 강력계란 살인, 강도, 폭행 등 강력범죄를 전담하는 형사 부서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과 직접 부딪치는 최전방 수사팀입니다. 저는 뉴스에서 조선족 조폭 사건을 접할 때마다 워낙 무섭게 느껴져서 대림동에 다시 가는 걸 꺼렸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대림동은 조선족 인구가 급증하면서 지역 특성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출처: 서울연구원). 당시 일부 범죄 조직들이 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장첸 : 장첸의 세력 확장과 마석도의 추격

장첸은 기존 조직의 우두머리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빠르게 세력을 키워갑니다. 조직 간 세력 다툼을 '조직 갈등(조직 내분)'이라고 하는데, 이는 범죄 조직끼리 이권을 두고 벌이는 폭력적 충돌을 말합니다. 마석도는 우연히 식당에서 장첸과 마주친 후 그의 존재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합니다.

장첸의 만행은 갈수록 심해지고, 그는 중국으로 도주할 계획을 세웁니다. 국제범죄에서 '도주(逃走)'란 범죄자가 체포를 피해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특히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 국가로 도주하면 검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마석도는 장첸의 부하들을 통해 정보를 캐내며 그를 바짝 추격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추격 장면은 일반적인 범죄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나쁜 놈이 10번 나쁜 짓을 하고 마지막 1번 잡히는 구조라 통쾌하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왜 이제야 잡히지?" 하는 찝찝함이 남는 겁니다.

대림동 : 속 시원한 악당 응징이 주는 쾌감

범죄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정의 구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경계선을 적절히 넘나드는 마석도의 방식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세금도 안 내는 놈이 문제라며 장첸을 제압하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악당을 응징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관객들이 정말 원하는 건 좀 더 직접적인 응징입니다. 이 영화는 그 욕구를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나쁜 놈은 속 시원하게 당해야 한다는 원초적 정의감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거죠.

영화가 개봉한 후 대림동 중앙시장이 새롭게 주목받았습니다. 2017년 영화 개봉 이후 중앙시장 방문객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출처: 서울관광재단). TV에서 패러디가 나오고 맛집 탐방 프로그램도 제작되면서, 저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선족 범죄 조직의 세력 다툼을 현실감 있게 그려냄
  • 마석도 형사의 독특한 수사 방식과 카리스마
  • 법의 경계선에서 악을 응징하는 통쾌함
  • 실제 대림동 중앙시장을 배경으로 한 현장감

영화를 보고 나니 어릴 적 기억 속 대림동과 지금의 대림동, 그리고 영화 속 대림동이 묘하게 겹쳐졌습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무적의 카리스마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법과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기보다는, 때로는 주먹 한 방이 더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속 시원한 액션 한 편 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