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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밤중에 제 방문을 열고 "불났어!"라고 소리치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초등학생 때 실제로 겪었습니다. 새벽에 오빠가 제 방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지르던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밍크코트를 걸치고 뛰어다녔고, 아빠는 현관문을 열었다가 아래층 연기를 보고 다시 닫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이 들리자 오빠가 3층 창문을 열고 "여기요!"라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게 소방관은 영웅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 '엑시트'를 보며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와 안도감,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 생생하게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재난 속 희망 : 재난 속에서 빛나는 클라이밍 실력
용남은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공원에서 철봉만 하는 백수입니다. 동네 젊은이들에게는 나름 유명하지만, 조카 의주에게는 희망 없는 삼촌으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철봉을 즐기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과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클라이밍(Climbing)이란 암벽이나 인공 벽면을 손과 발로 오르는 스포츠로, 신체 균형감각과 근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난도 운동입니다.
용남은 클라이밍 실력만큼이나 학업에도 충실했지만, 졸업 후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며 자신의 장래희망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머니 칠순 잔치 날, 용남은 한껏 멋을 부리고 집에서 먼 '구름 정원'이라는 장소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동아리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그녀 앞에서 용남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여전히 취업 준비 중이라고 말합니다.
잔치가 한창일 때, 의문의 가스가 연회장에 살포되며 도심 전체를 뒤덮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가족들에게도 독가스가 전파되면서 혼란은 극에 달합니다. 밖으로 나온 용남의 가족들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도심 풍경에 혼비백산합니다. 저도 화재 당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소방차 불빛과 연기가 뒤섞인 광경을 봤는데, 그 순간만큼은 현실 같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등반 액션 : 옥상 등반과 희생의 순간들
용남과 일행들은 가스를 피해 구조를 기다리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옥상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가스는 점점 차오르고, 방독면은 10~15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연초에 지급받은 방독면마저 이미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재난 대비 시스템'의 허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2016년 전 국민 방독면 보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출처: 행정안전부), 실제 재난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영화가 비추고 있습니다.
용남은 기지를 발휘합니다. 자신의 클라이밍 실력을 활용해 옥상으로 등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반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그려집니다.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헤쳐나간 용남은 가까스로 옥상에 도착하고, 일행들을 안전하게 맞이합니다. 구조 헬기가 도착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용남과 의주만 남겨집니다. 헬기는 금방 다시 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지만, 점점 차오르는 가스 때문에 이들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해야만 합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학생들을 위한 양보였습니다. 낮은 옥상들은 이미 가스에 잠겼고, 남은 정화통은 하나뿐인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용남은 의주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빠져나온 둘은 다시 한번 전진하며 구조를 기다립니다. 바로 옆 건물 학원에 갇혀있는 학생들을 발견한 이들은 때마침 도착한 헬기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는 큰 희생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소방관 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의 안도감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입니다.
코믹 요소 : 코믹 요소가 살린 긴장감의 균형
방송국은 특종을 위해 위험 지역에 불법으로 들어온 용남과 의주를 보도하게 되고, 이들의 모습은 전파를 타게 됩니다. 타워 크레인 쪽으로 이동하던 중, 크레인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좌절하려는 순간, 수많은 드론들이 나타나 가스를 날려버리고 이들을 위한 길을 만들어줍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집단지성'과 '시민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구조 성공률을 약 30% 높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재난안전기술원).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던 로프가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도, 용남과 의주는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이어갑니다. 영화 '엑시트'의 가장 큰 매력은 재난 영화임에도 코믹 요소가 많고 너무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스토리입니다. 신파적인 요소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장면마다 등반을 넣어 극의 긴장감을 살렸고,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코믹 요소를 너무 억지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연기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조정석과 임윤아는 각각 능청스러운 백수와 당차면서도 따뜻한 후배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직접 관람해 보니 두 배우의 호흡이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아무리 등반을 잘한다고 해도 건물 사이를 넘어 다니는 주인공들의 장면은 현실감이 없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집중시키는 데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영화는 '서스펜스(Suspense)'라는 장치를 적극 활용합니다. 서스펜스란 관객이 다음 장면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연출 기법입니다. '엑시트'는 이 기법을 등반 장면마다 적절히 배치하여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영화 속 재난 상황 대처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옥상이나 높은 곳으로 대피하여 가스를 피한다
- 방독면이나 정화통을 최대한 확보한다
- 구조 요청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 동료와 협력하여 탈출 경로를 찾는다
이런 장면들은 실제 재난 상황에서도 참고할 만한 행동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화재를 겪었을 때도 가족들이 서로 협력하며 대피 방법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빠가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던 것처럼, 영화 속 용남도 끊임없이 구조 신호를 보냈습니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코미디와 액션, 감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관객을 끝까지 사로잡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재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방관 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안도감처럼, 영화 속 인물들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만 너무 무거운 건 부담스러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웃음과 긴장감, 감동을 모두 느끼고 싶다면 '엑시트'를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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